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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의 치유와 처방을 위한 불교 응용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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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비롯된 불교는 동아시아로 전개되면서 그 내포가 심화되고 외연이 확장되었다. 특히 학문분야는 크게 불타론(불학, Buddhology)과 불타의 가르침에 대한 학문(불교학, Buddhist Studies)으로 나눠졌다. 이 흐름은 다시 계정혜 삼학을 기반으로 문사철, 유불도, 선교 화회를 지향하는 ‘불학’과 근현대 서구로부터 비롯된 불교에 대한 객관적, 분석적, 문헌적 연구 일반을 총칭하는 ‘불교학’으로 계승되었다.
불학과 불교학이 역사적이고 내용적인 분류라면 순수학과 응용학은 방편적인 구분이라 할 수 있다. 순수학은 동아시아 불학의 전통적 범주인 ‘경학(고전주석학)’과 ‘선학’과 ‘수행’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와 달리 응용학은 종래 불학이 머금고 있는 ‘순정(純正)’ 혹은 ‘순수(純粹)’의 범주를 우리 현실에 보다 ‘실용적’으로 ‘적용’한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우리는 ‘불교 용학(用學)’ 혹은 ‘불교 응용학(應用學)’이라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종래 일부에서 사용해온 ‘응용 불교학’이라는 표현은 주체적인 학문의 전개라는 맥락에서 볼 때 주객이 전도된 명명이다. 응용학을 시대의 이해와 요구에 부응하여 실제적이고 실용적으로 적용한 학문이라 할 때, 이들을 통섭해야 할 불교 및 불(교)학이 하위 영역에 속할 수는 없다. 때문에 불학 내지 불교학 앞에 관형어 혹은 수식어로 ‘응용’의 모자를 씌우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것이다. 또 ‘불교와 제과학’이라고 할 때도 ‘불교+제과학’이라는 명명 역시 과정적 표현일 뿐만 아니라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명명이어서 학문명 내지 학문의 범주로 자리매김하기는 적절하지 않다. ‘불교 응용학’이란 명명 역시 불학 내지 불교학에 대한 대사회적 이해와 요구에 부응한 응용적 측면 혹은 해석적 측면에서 이루어진 학문명이다. 때문에 ‘응용’이니 ‘순수’니 하는 것은 지극히 역사적, 방편적 개념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응용학은 이미 다른 분야에서도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함의를 지닌 학명으로 새롭게 활용되고 있다.
실용학 내지 응용학에 대한 사례는 이미 세계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사회과학에서는 양적 방법과 질적 방법 내지 규범적 지향(nomative orientation)과 경험적 접근(empirical approach)과 실천적 접근(practical approach) 등의 접근법들이 모색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다변화된 정보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이들 사회학의 방법론들이 지닌 분석적이고 해체적인 접근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들을 적절하게 원용하여 불교학 연구에 적용하면 불교응용학의 지평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의 연구 현황 역시 이러한 사회학의 방법론들을 원용하여 인문학과 사회학 및 자연학까지 그 연구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불교생태학, 불교생사학, 불교사회학, 불교심리학, 불교경제학, 불교사회복지학, 불교여성학 등의 학문은 여타 학문분과보다 비교적 심화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불교 응용학의 노력을 ‘이론 정립을 위한 이론’인 메타이론으로만 한정할 수는 없다. “현대의 어떤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론을 정립하는데 필요한 이론”을 넘어서서 그 문제를 ‘즉각적’ 혹은 ‘돈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론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초세속적 담론과 세속적 담론의 구분은 없어지고 그 문제의 ‘치유’와 ‘처방’의 길을 제시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불교응용학이 수용되기 시작한 것은 멀리는 동국대학교의 전신인 명진학교(1906)로부터 비롯된다. ‘불교 순수학(宗乘, 餘乘)’보다 ‘불교 응용학(俗學)’의 과목에 많은 비중을 두어 주당 20여 시간을 포교법, 외국역사, 외국지리, 외국어, 측량학, 산업초보, 산술, 이과, 수공, 체조 등을 이수하도록 했다. 이후 불교사범학교, 불교고등강숙, 중앙학림, 불교전수학교, 중앙불교전문학교, 혜화전문학교, 동국대학, 동국대학교의 교과과정도 같은 맥락으로 이어진다.
응용학이 본격적으로 수용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중반에 들어와서라 할 수 있다. 동국대 불교학과에 불교사원경제론, 포교론(전법교화론), 종교학 및 세계종교사 등이 설강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특히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부터는 일반대학원 불교학과 석박사과정의 종래의 연구 범주를 ‘불교교학’, ‘불교사학’ 전공으로 정리하고 ‘응용불교학’ 전공을 새롭게 신설하였다. 일반대학원에 개설된 ‘연구’(석사과정)와 ‘특강’(박사과정)은 포교학, 불교사회복지학, 불교서지학, 비교종교학, 불교사회학, 불교경제학, 종교교육학, 불교윤리학, 불교의 여성, 불교고고학, 불교예술, 사원경제 등이며, 불교대학원에 설강된 ‘연구’는 불교사회복지학, 장례문화학, 불교호스피스과정 등이다. 교육과 연구에 전념할 학자의 양성을 타깃으로 하는 순수학 중심의 일반대학원과 달리 불교대학원은 비교적 응용학 중심으로 지향해 가고 있다.
불교학의 범주를 크게 짜보면 인문학의 분류로는 문학, 사학, 철학, 종교, 예술 분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대학에 개설된 학과와 교과과정과 대비해서 분류한 것이다. 사회학 및 자연학의 분류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의 분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불교 응용학의 학제간 소통은 ‘대비’와 ‘비교’를 거쳐 ‘삼투’의 과정을 반드시 겪게 마련이다. 인문학은 불교문학, 불교사학, 불교철학, 종교로서의 불학, 불교예술(미술사, 음악사, 무용사, 서예사, 영화사 등)로 소통될 수 있다. 사회학 및 자연학은 불교정치학, 불교경제학, 불교사회학, 불교문화학, 불교과학(생태학, 생사학, 인지학, 가상학, 한의학 등) 등이 될 것이다. 문제는 불교학과 여타 학문과의 관계를 정립할 때 타학문의 분과(학)으로 나아갈 것이 아니라 타학문을 불교학의 범주로 끌고와 주체(자아)화 하는 것이다. 그것이 불교학의 내포를 심화하고 외연을 확장하는 길이다.
글 : 고영섭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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