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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범강 美 조지타운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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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질서에서 생명 만들기 ‘참나’ 찾는 과정이죠. |
미국 워싱턴 시 인근 록빌에 위치한 조지타운대 문범강(49) 교수의 작업실. 한창 작품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는 문 교수가 없다면 작업실은 온통 잡동사니 더미로 가득한 창고에
불과했을 것이다.
작업실 여기 저기에 무질서하게 흩어진 플라스틱, 철사, 나무판, 천 조각들. 그러나 고철이 용광로를 거쳐 펄펄 끓는 쇳물로 다시 태어나듯, 문 교수의 손끝을 거친 사물들은
무질서의 극치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심지어 화장실 문에 붙은 ‘마음을 버리는 그릇’이란 글귀처럼 행동 하나하나 마저 예술 창작으로 거듭 나는 듯 했다.
사물들은 어떻게 예술적인 생명을 얻는가? 문범강 교수는 창작 활동을 ‘나’를 찾는 과정에 비유했다.
“작품 활동을 하며 ‘나는 과연 누구인가’ 하고 스스로 묻습니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어떤 존재가 내 작품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 나를 발견하고 그 ‘나’로 하여금
스스로를 드러내게 하는 거죠.”
‘참나’의 의식을 드러내는 것이 예술이며, 그 때에만 삶과 세상 너머의 풍경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문 교수는, ‘참나’를 보고 싶다는 욕망이 자신의 잘린 머리를 바라보는
그림으로 표현됐으며 오목 거울을 바라보는 작은 불상을 배치한 오브제를 탄생시켰다고 설명한다.
그의 ‘참나’를 발견하겠다는 갈망은 계속해서 새로운 이미지와 의미를 만들어낸다. 독경을 하기 위해 입을 벌린 사람과 입을 벌리고 죽은 물고기의 이미지를 겹치거나, 속이
비었다는 공통점을 이용한 유리병을 문 물고기의 그림은 현재 기억의 저편을 탐구하는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박스에 혀를 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은 시각적 대상인 박스의
맛을 본다는 의미를 부여하여 고정관념을 깨고 새롭게 대상을 인식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중국인 옷을 입은 늑대 얼굴의 교황 그림이나 푸른색 늑대와 박제된 예수의
이미지를 병치한 그림들은 ‘성스러움’ 이면의 ‘상스러움’이란 메타포어를 가진 작품들이다.
작품경향 만큼이나 창작방법도 변화무쌍하다.
“처음에는 판화를 했어요. 한국에 생소한 에칭작업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죠. 하지만 판화로는 전시공간 하나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회화를 배웠어요. 이제는
퍼포먼스까지 하고 있습니다.”
‘나’라고 할 것이 없기에 예술이랄 것도 없다. 끊임없이 나와 대상을 탐구하고 변형시키는 작업이 바로
그의 작품세계인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는 그 작품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는 “불교가 맹목적인
믿음만을 강조한다면 나는 불교적인 작가가 아니다”고 말한다. 불교적 무늬나 색감, 이야기 소재만을
이용한다고 불교미술이 되지 않는 것처럼 참된 미술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깨어있는 것, 나를
구성한다고 믿어왔던 것에서 떠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문범강 교수는 “불교의 무아(無我)는 허무주의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헛된 욕망과 그것을 탐닉하는
‘나’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법을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이 때 우리는 전생, 현생, 내생을 관통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되죠” 라고 말한다. 그는 어느 순간 그가 해온 작업들이
불교라는 거대한 바다 속에서 헤엄치는 일임을 알게 됐다. 불교는 마치 모든 생명체를 만들고 보호하는
바다처럼 넓기만 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80년 미국 메릴랜드 대학원에서 뒤늦게 미술공부를 시작한 문범강 교수.
현대 한국 화단의 거장인 천경자 화백의 사위인 문 교수의 작품 곳곳에 불교 사상이 녹아있게 된 결정적
계기는 85년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 한마음선원 법회에서 대행 스님을 친견하면서부터다.
“어릴 때 어머니를 따라 절에 다니는 것이 전부였지 불교가 무엇인지 잘 몰랐죠. 그러다가 만난 주인공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관하라는 큰스님의 가르침이 제 창작 활동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그 뒤부터 문 교수는 대행 스님의 법문과 책을 구입해 탐독하기 시작했고 조지타운대 내의 명상클럽을 조직해
미국 학생들의 참선을 지도하며 포교활동을 펼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문 교수는 “한국불교를 알리기 위해서는 미국인들의 사고 방식을 보다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한국불교를 알릴
좋은 번역 서적이 많이 나와야한다”고 강조했다.
[현대불교신문사 : 강유신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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