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을지부대 을지사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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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법사들의 포교 현장 | |
법사 군종병 신도 한마음
신세대 병사 포교전략 골몰
설연휴 격오지위문법회
불자장병들 예불올리고
마음으로 부모님께 세배
◇ 민족의 대명절 설날, 강원도 인제 을지부대 소속 군종병들은 을지사에 모여 목탁치는 법 등 법회의식을 배웠다. 이어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1주일간의 활동사례를 발표하고 군불자포교에 대한 방법을 논의했다.
불교계가 군포교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군불교는 사병들로부터 ‘비우호적’인 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일고 있는 군전산화, 최신 오락시설 설치, 여가시간 확충 등의 변화에 따라 사병들의 관심이 종교활동에서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종교는 불교에 비해 전폭적인 지원과 활동을 펼치고 있어 불자마저 등을 돌리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불교계의 군포교지원사업은 초기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여서 변화와 개혁이 시급한 상태이다.
그동안 불교계의 군포교만큼은 다른 종교에 비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특별한 활동 없이도 법당만 개설하면 사병들이 찾아왔다. 우리의 사상과 문화에 깊이 파고들었던 전통불교의 덕택이었다. 게다가 배고픔과 고된 훈련의 연속이었던 시절, 따뜻한 차와 간식만 마련하면 병사들은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사병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군생활도 사회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좋아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군포교도 변해야 한다는 논리는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쵸코파이’ ‘커피’가 군포교의 전부라는 발상은 이제는 용도폐기되어야 한다.
불교계에서는 흔히 군대를 ‘포교의 황금어장’이란 부른다. 하지만 현실은 말 그대로 황금어장일뿐이다. 주인 없는 푯말만 있을뿐 고기잡은 어부는 없는 겪이 됐다. 대부분 불자들이 군대를 포교의 최적지로 꼽고 있지만, 정작 군포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들은 그리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종교의 전도활동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법사·군종병·신도’가 한마음으로 군포교를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군법당이 있다. 그것도 가장 환경이 열악한 최전방 부대이다. 진원지는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을지부대 을지사(주지법사 이상무). 입춘을 시샘하는 설악산의 매서운 겨울바람을 잠재울 정도로 을지사 대중들의 포교 원력은 높다. 민족의 대명절인 설 연휴에도 이러한 원력은 그치질 않았다.
설날인 5일 을지사 예하법당 군종병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병들과 함께 내무생활을 하며 군포교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이 모인 이유는 군종병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이다. 을지사 법당을 찾은 군종병들은 우선 참선수행으로 신심을 다졌다. 다른 전우들이 설날을 맞아 민속놀이 등으로 한가한 설 연휴를 보내고 있지만, 이들은 을지사에 모여 목탁치는 법 등의 의식과 간담회, 교리 등을 배우며 포교의 원력을 다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참선수행이 주요 주제였다.
박준영 상병은 “참선의 방법에 대해 문의하는 사병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며 “사병들이 쉽게 참선수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법회에서 가르쳐 주면 좋겠다”고 말을 꺼냈다. 이에 대해 다른 군종병들도 같은 경험을 했다고 맞장구를 쳤다. 결국 이날 군종병들은 내무생활을 하면서 병사들에게 틈틈히 참선지도를 하기로 하고, 참선 수행법을 처음부터 다시 익혔다. 이처럼 매주 토요일 실시되는 군종병 법회는 군종병들이 1주일간의 활동사례를 발표하고, 그 속에서 신세대 사병들에 적합한 포교방법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을지사는 95년 군의 신앙전력화를 위해 건립된 사단법당이다. 하지만 법사는 1명뿐이어서, 진부령 청룡사, GOP 화랑사 등 모두 9곳의 예하법당까지 손길이 미치질 못한다. 그래서 예하부대의 법사 역할을 군종병들이 대신한다. 매주 군종병 법회를 실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상무 법사는 “법사가 부족한 현실에서 군종병은 곧 포교사나 마찬가지이다”며 “군종병 교육이 바로 군포교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시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군에서의 법사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최전방 지역에 배치된 법사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정기법회뿐 만 아니라 전방지역 격오지 법회와 위문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을지사의 경우 법사가 1달에 실시하는 정기법회와 간담회, 교육만도 60여건. 여기에 지역민을 위한 법회, 유치원 운영 등까지 합치면 쉴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이번 설 연휴에도 설맞이 격오지 위문법회를 실시했다.
4일 오후 2시 최전망 GOP 인근에 위치한 화랑사. 10여평 남짓한 법당에는 밤새 경계근무를 한 불자병사들이 빼곡히 들어 앉았다. 평소 법회에는 50여명이 참석하지만 이날 법회에는 80여명이 넘는 불자 사병들이 참석했다. 딱∼, 딱∼, 딱∼. 죽비소리에 맞춰 불자 사병들이 숨을 고른다.
법당에는 침묵이 흐르는 사이, 법당 앞을 지나던 한 병사가 창문사이로 법당 안을 엿본다. 전방고지의 날카로운 바람에 달팽이처럼 몸을 움추린 이 병사는 잠시 머뭇거리다 법당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막 경계근무를 마친 병사도 두터운 방한복 차림으로 뒤따라 들어온다.
이어 진행된 법문에서 법사는 “장애물을 만났을 때 제거해주고, 험한 곳에서는 다리를 놓아주고, 어두운 곳을 위해 등불을 달아 줄 수 있는 마음을 지닐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불자이다”며 “산간오지의 최전방에서 만난 전우들이 인생의 도반이라 생각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군생활을 하면 더욱 즐겁고 힘들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법회를 마친 법사는 사병불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도 못내 안쓰럽고 미안한 모양이다. 을지사로 돌아오는 길에 격오지 몇 군데를 더 들러 따뜻한 차를 건네주며 위로했다.
을지사 군인가족 불자들도 법사와 군종병들 못지 않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격오지 위문시 위문품을 구입해 동행하는가 하면, 매주 일요법회에 참석하는 불자 사병들을 위해 국수공양을 한다. 이번 설 연휴에 실시된 일요법회에도 관음회 불자들이 발벗고 나섰다.
설 연휴를 맞아 격오지 위문부터 일요법회까지 바쁜 일정을 보낸 이상무 법사는 “군대를 극락정토로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노력했다는 대답을 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군불교 중흥, 그것은 큼직한 설계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사부대중 모두가 포교자적 정신과 보살정신으로 앞장서 실천에 옮길 때 가능할 것이다. 모든 불자들이 이 점을 신행의 지침으로 삼는다면 머지않아 황금어장에서 포교의 결실을 건져올릴 수 있을 것이다.
김중근 기자(gamja@buddha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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