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엔조와 자크는 어린 시절 지중해에서 함께 자란 사이다. 그리스의 작은 어촌에서 잠수 실력으로 라이벌 의식과 우정을 다지며 자라던 중 어느 날, 다이버인 아버지가 지중해에서 죽고 이 사고로 이들은 헤어지게 된다. 그 후 자크는 바다와 돌고래를 가족으로 여기며 홀로 외롭게 성장한다. 세월이 흐르고 성인이 된 자크는 얼음 밑의 차가운 물에 뛰어들어 사람의 신체 변화를 실험하는 연구대의 잠수부가 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자크는 보험회사 직원인 조안나를 만나게 된다. 그동안 엔조는 어린 시절의 잠수 실력을 계속해서 길러 잠수 종목에서 세계 최장 기록을 지니게 된다. 엔조는 자크와 잠수 실력을 다시 겨뤄보고 싶은 마음에 자크를 찾아 대회에 초청하고 이들은 이탈리아의 타오르미나에서 만나 시합을 하게 된다. 한편 자크에게 마음을 빼앗긴 조안나는 대회주최지를 알아내 자크를 다시 만나게 되고 둘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 엔조와 자크는 여러 대회를 통해 우정도 다져가지만 보이지 않는 선의의 경쟁심 역시 더욱 강해진다. 마침내 자크가 최장 기록을 세워 승리하고 엔조는 패배를 인정한다. 그러나 도전 의식이 강한 엔조는 그래도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심한 경쟁 의식때문에 시달리며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잠수를 시도하다 결국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고 숨을 거둔다. 자책감에 시달리던 자크는 결국 사랑하는 조안나를 두고 돌고래를 쫓아 심연 속으로 사라진다.
리뷰: ‘그랑 블루’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커다란 바다를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다. 느린 전개에 비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그림 엽서와 같은 영상들과 이에 걸맞는 음악의 조화로 인한 환상적인 분위기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대부분은 바다로 이어지는데 푸른 색채와 물 속에서의 물 소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아마도 바다가 인류의 고향인 동시에 엄마의 자궁안 상태와 거의 비슷하기때문에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고픈 인간의 본능때문이리라. 이 거대한 무대에서 두 남자는 사랑과 우정을 펼치고 삶과 죽음을 오간다. 마치 바다에서 태어난 듯한 느낌을 주는 자크(장 마르크 바르 분)와 물과 땅에서 두루 적응하는 엔조(장 르노 분), 대지를 상징하는 듯한 조안나는 각기 다른 차원의 세계를 보여준다. 내성적인 자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 어색한 면이 있지만 순수함 그 자체로 지상의 척도로 재는 가치와 행위에 전혀 무관심하다. 엔조는 물에서나 사람들 사이에서나 잘 어울리지만 최후의 순간에 바다를 느끼고 바다를 택한다. 자크의 연인 조안나는 사람에 익숙하여 땅 위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지만 자크를 통해 물 속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어린 자크가 물고기들 사이에서 밥을 주고 있는 장면은 물 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고 성인이 된 자크가 돌고래들과 얘기하며 같이 수영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마치 공감대가 있는 편안한 친구를 대하는것 같다. 돌고래와 인간과 바다가 하나가 되는 그 순간에 영화는 모든 생명과 자연은 어우러질 수 있는 것으로 결국 둘이 아닌 하나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엔조와 한창 기록갱신을 위해 경쟁을 하고 있을 때 자크에겐 이미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리라. 그에게 바다 속은 양수 속과 같은 편안함을 안겨 주는 곳이었기에 그 곳에서 더 깊이 더 오래 머무를 수 있었던 것이다. 경쟁심에 눈이 멀어 있던 엔조도 생의 마지막 잠수에서 자크가 느끼던 편안함을 알게 되어 바다로 돌려보내달라고 한다. 또한 강한 인상을 전해준 사랑하는 쟈크를 놓아주는 조안나의 모습은, 집착없이 진정으로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며 자유롭게 놓아줌으로 사랑의 본질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자연의 힘, ‘자성’ 본연의 힘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항상 인간의 욕심으로 바라보고 대한다면 우리는 그것의 아주 일부분의 제한적인 모습 밖에 볼 수 없으며 진정한 에너지를 끌어쓸 수 없다. 바다도 마치 초월한, 고요한 우리의 자성과도 같은 것이며 우리의 모든 힘이 자성을 통해 나온다면 잠재력이라 불리는 힘이 정말로 대단한 에너지가 될 것이고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위대한 능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 조차도 욕심이나 이루려는 성취욕이 앞선다면 인간 육체의 한계를 인식못하고 화를 입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