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별
최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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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때리면 나도 맞게 되고 남을 원망하면 나도 원망을 받는다.남을 꾸짖으면 나도 꾸짖음 받고남에게 성내면 나도 성냄 받는다. 법구경 악행품(惡行品)  
삶의 한가운데 신비가 있다


세상에는 정말 신기하고 신비한 일이 많다. 날마다 같은 방향에서 해가 뜨고 지는 일, 더불어 저녁 노을 저편 하늘의 아름다운 땅의 이부자리, 각양의 색깔을 자랑하며 때만 되면 어우러지는 그림 같은 낙엽의 시(詩)들, 먼 달의 힘에 따른 거대한 바닷물들의 끌고 당기는 힘들, 좁쌀보다 더 작은 씨앗이 그 언 땅을 헤치고 나오는 생명의 기운들. 세상의 모든 폭포들이 한결같이 위에서 아래로만 떨어지는 중력의 신비함.

그 뿐만이 아니라 사람의 눈 깜짝거리는 자동조절기능이나 배고플 때 그때를 맞춰서 꼬르륵거리는 소리들, 사람이 죽어 살점 하나 남김없이 해치우는 곰팡이의 위대한 자정능력, 사람이 만든 어떤 동력장치도 따를 수 없는 심장의 박동들, 엄지와 검지가 서로 링을 만들 수 있어서 비로소 물건을 집고 놀릴 수 있는 호모 파베르의 능력들.

그래서 진짜 신기하고 신비한 것은 바로 나와 가장 가까운 일상적 주변에 있었다. 일상성이 바로 신비함이었다. 불행히도 우리는 이러한 일상성의 신비를 놓치고 밖의 세계에서 신비를 찾아 헤매는 장님이 되어 버렸다. 좌선하는 이의 참된 수양의 의미가 퇴색하여 기적적인 건강이나 부양효과를 떠드는 이들, 정력제의 환상 속에서 밥상 위의 음식을 버리고 불로초의 기적을 바라는 아저씨들, 자기 자식들과 교육환경에 대한 진정한 대화도 없이 자식의 대학합격만을 기도하는 아줌마들, 모두 밖에서만 환영을 찾아 헤매는 일상성의 장님이 되어버렸다.

하늘을 다시 보자. 태양 주위를 일정한 궤도를 따라서 지구가 돌고 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어떻게 멀리 떨어져 우주의 고아가 되지도 않게 태양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도는지, 태양이 끄는 힘에 부쳐 지구가 태양에 흡입되어 충돌하지도 않고 그렇게 적절한 거리에서 돌고 있는지 정말 신비한 일이다. 뉴턴은 이러한 신비한 현상에 대하여 의문을 갖기 시작하였다. 왜 그렇게 돌고 있을까? 달리 운동하지 않고 왜 꼭 그렇게만 돌고 있는지 이유를 묻는 일상성의 질문이었다.

그러나 뉴턴은 그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끝내 찾지 못했다. 그 대신 그는 ‘어떻게’ 돌고 있는지를 찾아내었다. 그것이 바로 만유인력의 법칙이라는 자연과학의 위대한 성과로 나타났다. 이때부터 과학은 세계운동에 대하여 ‘왜’라는 질문을 삼가고 과학과 신학의 구획(demarcation)을 보여 주었으며, 그 대신 ‘어떻게’라는 현상해석에 몰두하였다. 어떻게 접촉도 하지 않은 두 물체가 서로에게 운동의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정말로 신비한 일이다.

이런 운동의 신비한 힘들을 이해하는 일을 과학에 맡기면서부터 우리는 그 운동의 신비함에 대하여 무감각해지기 시작하였다. 뉴턴 이전 사람들은 땅에서 일어나는 운동현상과 하늘에서 일어나는 운동현상을 구분지어 생각했다. 그래서 땅의 현상은 일상성에, 하늘의 현상은 신비함에 대비시켰다. 그러나 뉴턴은 땅의 일상성과 하늘의 신비성을 하나로 묶어, 즉 땅의 중력과 하늘의 만유인력을 하나의 운동방정식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과학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그 일상성과 신비성이 하나라는 삶 속에 또 하나의 세계가 있음을 잊고 산다. 그것이 바로 지난 호에 이야기했던 인드라 망이다. 일체의 신비성이 없으며 그 모든 것이 일상적인 인드라 망이라는 것이 있다. 나의 손가락 끝만을 볼 수밖에 없는 이선재라는 사람이 말하기를 나의 손가락들이 서로 떨어져 있는 다섯 개의 개별적인 개체라고 말하지만, 나에게는 나의 손가락들이 손에 붙어 있는 하나의 손일 뿐이다.

이선재는 나의 손가락들이 모두 떨어져 있는 개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내 새끼손가락이 다친 것을 동시에 엄지손가락이 같이 아파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나는 나의 손가락들이 모두 나의 손으로 하나로 묶여진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손가락끼리 아픔을 공유하는 일이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다시 말해서 손가락끼리 아픔을 동시적으로 공유하는 일이 이선재에게는 신비한 일이지만 나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성일 뿐이다.

그래서 인드라 망이라는 것은 대단한 신비의 교조적 터울이 아니라 저편 하늘의 노을과 각양의 단풍들의 어우러짐, 작은 씨앗의 생명기운, 눈의 깜작거림이나 심장 박동처럼 일상성의 바구니와 같으며, 단지 ‘어떻게’가 밝혀지지 않은 일상성의 현시일 뿐이다. 이제 이선재는 우담바라의 꽃을 밖에서만 찾으려했던 신비의 환상에서 벗어나, 그의 작은 삶 한가운데서 진짜 신비한 일상성을 찾기로 했다.



최종덕/상지대 교수(jdchoi@chiak.sangj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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