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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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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방세계를 꿰뚫어 보고나니 없고 없다는 것 또한 없구나. 낱낱이 모두 그러하기에 아무리 뿌리를 찾아봐도 없고 없을 뿐이네. (금오스님)  
우주는 움직이는 하나의 그물


고대 희랍의 철학자인 플라톤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플라톤의 철학을 이야기하려면 너무 복잡해서, 간단히 그의 우주관이 2000년 가까이 서구 근대과학에 미친 영향력이 얼마나 컸었는지, 그것만을 이야기하려 한다. 플라톤이 알아낸 사실 중에는 엄청난 기하학적 발견이 있다. 그것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정다면체의 수는 오로지 다섯 개뿐이라는 사실이다.

4, 6, 8, 12, 20 정다면체가 그것이다. 일일이 그려보지도 않고, 정244면체가 분명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나아가 정12828면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이러한 플라톤의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단지 기하학의 진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계존재의 진리 그리고 천체 즉 행성들이 운행하는 진리에까지 천착되었다.

이러한 기하학적 진리가 경험세계에도 해당된다고 하는 것이 플라톤의 강한 신념이었으며, 실제로 이러한 신념은 근대 초기인 갈릴레오의 경험론적 천문학에서도 적용되었다. 예를 들어보자. 정4면체 안에 내접하는 원1이 있다. 그리고 정4면체에 외접하고 동시에 정6면체에 내접하는 원2가 있으며, 정6면체에 외접하는 원3이 있고 그에 외접하는 정8면체가 있어 다시 그에 외접하는 원4가 있다.

다시 그에 외접하는 정12면체 밖에 외접하는 원5가 있으며, 그 밖에 외접하는 마지막 정다면체인 정20면체가 있어서 그것에 최종 외접하는 원6이 있다. 이렇게 사유 속에 추상적으로 구성된 6개의 원이 바로 행성의 궤도가 된다고 서구 근대인은 보았다. 왜냐하면 기하학적 진리가 곧 경험적인 천체의 진리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철저한 합리주의 전통의 결과로써 천문학을 재구성한 결과이며, 이러한 재구성에 대하여 그 당시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신이 부여해준 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망원경을 통해서 본 당시의 행성의 수는 정확히 여섯 개였다. 결국 기하학의 진리는 곧 경험세계의 진리와 같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서구의 기하학을 배운 이선재라는 천문학자가 있었다. 그는 우주의 별들 사이에 내재하는 기하학적 구조가 있다고 믿었다. 이선재의 연구과제는 고대 희랍의 철학자인 피타고라스처럼 우주의 조화를 탐구하는 것이다.

피타고라스는 우주의 기하학적 구조의 조화 속에 진리가 있다고 생각했으며, 그것을 인간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음악이라고 보았다. 이선재는 음악대신 수학을 동원하여 그것을 표현하려고 했으며, 그래서 우리는 그를 과학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선재는 로렌츠 변환식을 이용하여 우주 공간에서 시간의 변환에 따른 물체의 변화를 확인하였으며, 특수 상대성이론과 도플러 효과를 통해서 쌍둥이 별의 기하학적 구조를 밝혀 냈다. 그리고 일반 상대성이론을 동원하여 우주 공간의 휨 현상을 찾아내어 별들 사이의 여행을 할 수 있는 최단거리의 비밀을 밝혀 냈다.

그는 우주 공간이 편평한 것이 아니라 휘어 있음을 인지하였다. 그러나 그 휘어 있는 공간의 의미는 공간 스스로 휘어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 속에 던져진 물체가 운동할 경우에만 그 휘어 있음이 실현된다는 뜻이다. 물체가 운동한다는 것은 물체가 갖는 질량과 속도에 따라 그 휨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내포한다.

그래서 그는 운동의 속도와 질량에 따른 휨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하여 우주 공간을 그물망 구조로 가정하였다. 그리고 편평한 그물 망 위에 물체를 던질 때 그 그물 망이 휘어지는 정도는 물체의 질량과 속도에 어느 정도 비례할 것이라는 과학적 예측을 시도하였다. 예를 들어 사각형 모양의 그물 망을 네 모서리에서 손으로 잡고 있다고 치자. 그런 그물 망 위에 갑자기 아주 무거운 물건을 던진다면 두 모서리 혹은 아주 더 무거운 물체라면 네 모서리 모두가 한 곳으로 모아 질 것이다.

이런 우주의 공간을 비쥬얼하게 상상을 한다면 먼 거리로 떨어져 있는 공간이 순간적인 시간차원에서 하나로 모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바로 이선재의 우주 천문학의 꿈이었다. 이런 꿈이 실현된다면 얼마 전에 한국에도 다녀갔던 스티븐 호킹의 엔트로피 감소가 일어나는 도발적인 우주공간의 꿈이 실현되는 일이기도 하다.

이선재는 연구실에서 나와 도서관에 들렀다가 우연히 화엄경이라는 번역본을 쥐게 되었다. 그 책 안에는 인드라 망이라는 우주의 구조가 간단히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이야기들을 하나의 종교적인 환타지로만 여겼다. 그날 밤 이선재는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인드라 망의 이야기가 하나의 소설로만 그치기에는 아쉽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최종덕/상지대 교수(jdchoi@chiak.sangj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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