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소개글 |
|
|
마왕이 소마 비구니에게 이렇게 말한다. “성인의 경지는 높고 아득해 오르기 어렵거늘 그대의 어리석은 지혜로 어떻게 얻으려 하는가?” 이에 소마 비구니는 “여자라는 생각 마음에 두지 않고/ 오직 수행에만 뜻을 두어/ 위없는 가르침을 살필 뿐이로다/ 진리에 남녀의 차별이 있다면/ 여자는 얻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진리에는 남녀의 차별이 없으니 어찌 어렵다고 말하리오/ 모든 애착을 끊고 무명의 어둠을 없애버리면/ 번뇌 없는 법에 머물러 열반을 증득하리니/ 파순아, 그대는 나에게 졌음을 알라.”고. 이에 마왕이 항복하고 물러갔다.
부처님 법에는 남녀의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별역잡아함경>의 가르침이다. 절에 가면 오늘도 법당에는 여성신도들로 가득하다.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들은 오랜 옛날부터 가족의 안녕과 평화를 지키고 온 가족을 대신해 복을 구하러 열심히 기도를 다녔으며 법문을 들으러 다녔다. 그 여성들의 힘으로 가정을 지키고, 불교를 지켜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러던 불교여성들의 행동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개설되어 활성화되고 있는 각종 불교교양대학이나, 사찰마다 붐을 이루는 시민선방, 사찰수련회 등에 여성들의 참여가 압도적인 것이다. 이제 스님들의 법문을 통한 이해에서, 직접 교리를 배워 알고자 하는 쪽으로, 복을 구하는 불교에서 수행하여 닦아가는 불교쪽으로 중심이 옮겨가는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수행계에서도 여성들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암울한 숭유억불 시대를 거쳐 뿌리박힌 기복신행이 여성교육의 대중화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여성 수행지도자가 하나 둘씩 배출되고 있는 점도 이런 신행변화의 작은 결과물로 볼 수 있다. 그간 남성들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온 ‘수행’이란 전문분야에 여성들이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다수 여성 불자들의 신행패턴의 변화가 낳은 긍정적인 결과이다. 시민선방 수행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80%에 달하고 여성불자들의 신행활동도 활발하다. 물론 법회 참석 열의나 봉사활동 참여도는 남성불자를 훨씬 앞지른다. 최근 들어서는 불교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여성 불자들도 대폭 늘었다.
불교여성개발원이 2004년 7월 29일 발표한 '여성 불자 의식조사' 설문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불자들은 사회봉사(22.3%)나 교리학습(15.9%)보다 수행정진(26.5%)에 대한 욕구가 가장 높았다. 사찰(종단)측에 대한 요구사항을 묻는 문항에서도 공익적 사회참여(22.5%)나 조직적 신도관리(20.5%)에 앞서 전문적인 신행교육 시행(29.1%)을 우선적인 과제로 꼽았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수행프로그램에 대한 참여도 역시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여성불자들의 높아진 수행욕구와 여성을 위한 수행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특히 2004년에 서울에서 열린 세계여성불자대회 등의 참여를 통해 '주변인 불자'를 뛰어넘어 ‘핵심 불자’로 거듭나려는 여성 불자들의 의지가 피부로 느껴진 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여성불교의 도약을 위한 몸풀기 단계에 불과하다. 기도와 절하기, 염불, 참선, 주력 등으로 대표되는 수행법의 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서는 교육 체계를 세워 여성 불자들의 자각을 일깨워야 한다. 여성 수행자의 여건에 맞게 고안한 프로그램 마련을 위해 이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개발에 나서야 할 때인 것이다. 이를 위해 종립학교나 강원, 사찰 차원에서 여성불자 수행과 교육을 전담할 기관과 연구소를 설립ㆍ확충하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흔히 한국불교는 ‘보살불교’라고 말한다. 그만큼 한국불교는 여성불자의 신심 위에 유지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혹자는 이 보살불교가 한국불교의 문제요 병폐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불교의 무한한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상징하는 뿌리이기도 하다. 여성의 역할과 환경에 알맞은 수행과 신행프로그램들이 마련된다면 기복 위주의 신행이 지양되고, 진정한 불교의 생활화가 뿌리내리게 될 것이다. 한국 불교의 토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여성불자들이기에, 그들의 변화야말로 한국불교를 건강하게 만드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만 한다.
|
|
|
 |
|
 |
|